거대 기계에서 책상 위로: 개인용 컴퓨터 PC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2편]

오늘날 우리는 사무실 책상 위는 물론, 거실 소파나 카페에서도 자유롭게 컴퓨터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개인이 소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초고가 특수 장비였습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과 거대한 크기 탓에 정부 연구소, 대기업, 군사 시설에서만 제한적으로 다루던 연구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총 10편으로 이어지는 컴퓨터 역사 시리즈의 두 번째 편에서는 집채만 하던 거대 기계가 어떻게 작아져 개인의 책상 위에 올라오게 되었는지, 그 결정적 혁신의 순간들을 짚어봅니다.

방 하나 크기의 시스템을 동전 크기로 압축한 반도체 혁명

뜨겁고 잘 깨지던 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

초기 전자식 컴퓨터의 가장 큰 물리적 한계는 수만 개씩 들어가던 진공관의 발열과 잦은 고장이었습니다.

1947년 벨 연구소에서 발명된 트랜지스터는 컴퓨터의 부피와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전구처럼 열을 내뿜지 않고도 전자의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장비의 크기가 비약적으로 작아졌습니다.

트랜지스터의 등장은 부품 고장으로 매일 멈춰 서던 컴퓨터를 비로소 실용적이고 안정적인 연산 장치로 진화시켰습니다.

인텔 4004와 마이크로프로세서라는 기적

부품의 크기를 줄이는 기술은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실리콘 조각에 집적하는 집적회로(IC) 기술로 이어졌습니다.

1971년 인텔은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전체를 단 하나의 칩에 담아낸 '인텔 4004'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손톱만 한 크기의 단일 칩 하나가 초기 거대 컴퓨터 한 대에 버금가는 연산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탄생은 기계식 캐비닛 여러 개가 필요했던 하드웨어를 손바닥 크기의 회로 기판으로 단순화하는 결정타가 되었습니다.

전자 공학 마니아들의 놀이터에서 시작된 개인용 컴퓨터의 싹

완제품이 아닌 조립 키트였던 최초의 상업용 PC

1975년 등장한 '알테어 8800(Altair 8800)'은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연 역사적인 상징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알테어는 모니터나 키보드가 전혀 없었고, 구매자가 직접 부품을 납땜해 조립해야 하는 조립 키트였습니다. 본체 앞면에 달린 스위치를 위아래로 딸깍거리며 이진수를 입력하고, 작은 꼬마전구의 불빛으로 결과를 판독해야 했습니다.

비록 일반인이 쓰기엔 극도로 불편했지만, 개인도 컴퓨터를 소유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전 세계 기술 마니아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차고 안에서 피어난 아이디어와 홈브루 컴퓨터 클럽

알테어의 등장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괴짜 공학자들의 모임인 '홈브루 컴퓨터 클럽'을 탄생시켰습니다.

이 모임에는 컴퓨터를 전문가들의 전유물에서 해방해 일반 시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믿던 수많은 젊은이가 모였습니다. 그중에는 훗날 기술 산업의 지형을 바꾼 스티브 잡스와 천재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상업적 이익을 떠나 기술을 자유롭게 공유하고 개량하던 이 해커 문화는 실용적인 개인용 컴퓨터 개발을 앞당기는 기름진 토양이 되었습니다.

모니터와 키보드를 갖추고 안방으로 들어간 PC

전원만 꽂으면 작동하던 애플 II의 대성공

1977년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애플 II(Apple II)'는 진정한 의미의 현대적 완제품 PC였습니다.

기판을 직접 조립할 필요 없이 플라스틱 케이스에 키보드가 일체형으로 탑재되었고, 컬러 모니터 출력을 기본으로 지원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소비자도 상자에서 꺼내 전원 코드만 꽂으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대중적 컴퓨터였습니다.

여기에 최초의 전자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인 '비지칼크(VisiCalc)'가 구동되면서, 컴퓨터는 장난감을 넘어 비즈니스 필수품으로 완전히 격상되었습니다.

거인 IBM의 참전과 'PC'라는 표준의 확립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자, 대형 메인프레임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IBM도 1981년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IBM은 'IBM 5150'을 출시하며 이를 '개인용 컴퓨터(Personal Computer)', 즉 우리가 오늘날 줄여 부르는 'PC'로 명명했습니다. IBM은 기술을 독점하는 대신 규격을 외부에 개방하여 다른 기업들도 호환 부품과 복제 PC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이 개방형 표준 정책 덕분에 PC의 생산 단가는 급격히 낮아졌고, 운영체제를 공급하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MS-DOS)와 함께 전 세계 가정과 책상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3편에서는 검은 화면에 영어 명령어를 직접 타이핑하던 방식에서, 누구나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컴퓨터를 조작하게 만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와 마우스의 혁명'을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는 무엇으로 보나요?

A1. 최초의 기준에 따라 의견이 나뉩니다. 상업적으로 대량 판매된 최초의 마이크로컴퓨터 키트는 1975년의 '알테어 8800'을 꼽지만, 모니터와 키보드를 갖추고 조립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대중적 개인용 완제품 PC의 기준으로는 1977년 출시된 '애플 II'를 진정한 시작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Q2. 인텔 4004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원래 컴퓨터용으로 개발된 것인가요?

A2. 원래 목적은 탁상용 전자계산기 부품이었습니다. 일본의 계산기 제조사 비지콤(Busicom)이 여러 개의 특수 회로 칩을 주문하자, 인텔의 엔지니어들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에 따라 다양한 연산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범용 칩 1개를 설계한 것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Q3. IBM PC가 다른 초기 개인용 컴퓨터들을 제치고 세계 표준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요?

A3. 개방형 아키텍처 전략 덕분입니다. IBM은 자사 기술을 폐쇄적으로 묶어두지 않고 부품 규격과 회로도를 공개하여 수많은 기업이 호환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급 경쟁이 붙으며 가격이 급격히 저렴해졌고, 기업용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표준 자리를 굳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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